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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댈타여 안녕

Views 491 Votes 0 2015.12.06 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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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여 안녕



Good Bye to Delta.jpg



  빌리가 나를 데리러 왔을 때 밖은 이미 짙은 어둠이 깔리고 진눈개비가 날리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 사냥의 안내자 노릇을 했던 톰의 집에 들려 그를 데리고 갔다.  빌리의 통나무 캐빈에 이르자 그의 부인 순이는 벌써 패리오( 창문밖에 달리 일종의 베란다) 에  바베큐 준비를 하느라 차콜을  피우고 있었고, 진눈깨비를  동반한 찬바람이 가끔씩 대기를 찢는 듯한 소리를 내며 숲속을 스쳐갔다.  통나무집 안으로 들어서자 화덕에서 장작개비가  타오르며 포근한 열기가 금새 차가운 살갗에 감겨왔다.
“ 오늘 사냥가서 재미가 어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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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의 부인 순이가 뚱뚱한 몸매에 홈웨어를 걸치고 앞치마를 두른 채 거실로 나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 네. 좋은 경험이었어요. “
 “ 여보, 피제이가 내일 떠나게 됐어. “
 “ 아주 ? “
 그녀는 의아스럽다는 듯 나를 향해 다시 확인을 했다.
 “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 “
 “ 앤지가 요양원에서 퇴원을 하는데 와 달라는 연락이 왔어. “
 빌리가 짤막하게 말했다.
 “ 뭐라고요 ? 죠오지는 뭘하고요. “
 “ 앤지가 죠오지보다는 피제이를 와 달라고 그러나봐. “
 “ 퇴원한 후도 아니고 하필이면 퇴원하는데 와 달라니. “
순이는 나의 눈치를 보며 말꼬리를 감췄다.
 “ 앤지에게는 지금 가장 필요한 사람이 피제이일지도 모르잖아. 앤지가 제대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면 가능한 모든 도움을 줘야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어. “
 “ 미스터 박도 사연이 많은 사나이군요. 그건 그렇고 ,여보 좀 거들어 줘요. 바베큐 만드는 건 당신 일이니까요. “
빌리는 한쪽 눈을 찔끔해 보이고는 부엌으로 갔다. 영문도 모르는 톰이 옆의 안락의자에  다가 앉으며 말을 붙였다.
 “ 갑자기 떠난다니 섭섭하군. 내일 함께 무스고기 가지러 가기로 했는데 말일세. “
“ 나도 동감일세. “
 “ 내년에라도 다시 오면 우리 곰 사냥과 캐리브 사냥을 함께 가자구. 이곳에서 나만한 사냥꾼 길잡이가 어디 또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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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앞니가 두 개나 빠진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사냥 얘기를 이어갔다. 황갈색에 가까운 검은 그의 얼굴이 때로는 야만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순박하고 구수한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사십이 다 되도록 알라스카를 떠나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토박이 델타나이자 인디언 에스키모의 후예인 것이다.
  톰은 목이 마른지 주방에 가서 맥주를 날라와 한 컵 건네주었다. 화덕의 장작개비가 잘 타오르고 있었고 나는 톰이 캔에서 따라다 준 맥주를 한 모금 들이키며 목을 축였다.
  “ 내년에 다시오면 캐리브 사냥을 시켜 줄텐가 ? “
  “ 그야 물론이지. “
  “  톰, 작년에 피제이가 캐리브의 발굽에 밟혀 죽을 뻔 했던일 잊지 않았겠지 !
자네는 피제이에게  큰빚을 진 사람이란 걸 명심해 둬. “
  빌리가 패리오에서 거실을 들여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 빌리, 그만해 두게. 내년 캐리브 사냥을 위해서도 꼭 다시 올거야. “
  “ 물론이지, 자네처럼 사슴 뿔만 필요할 경우 마취총 몇 자루만 준비하면 끝내 주는 거야. 그 멍텅구리처럼 순진한 캐리브 녀석들이 몇 십 마리 또는 몇 백 마리씩 떼를 지어 이동을 한단말이야. 그러다가 늑대라는 놈이 두 마리만 나타나도 오금을 펴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서 엉덩이만 뒤로 빼고는 쩔쩔 매거든. 몇 마리가 순식간에 죽어 자빠지는 거야. 덩치가 캐리브의 삼분지 일 밖에 안되는 늑대가 사슴들의 목을 물고 늘어진 다음 혓바닥을 죄다 잘라 먹어 치운다 이 말씀이야. “
“ 톰, 자네는 그럼 뭘 먹나. 늑대가 혓바닥 잘라 먹고나면 그 다음에는 승냥이가 살고기 먹고 까마귀가 내장 파먹고 자네는 꼬리만 차지하나. “
페리오에서 소스를 발라가며 사냥해 온 무스 고기로 바베큐를 하고 있던 빌리가 농담을 했다.
  “ 예끼 이사람아. 내가 누군가. 사냥꾼을 길들이는 사람일세. 늑대 가죽으로 지금까지 만들어 온 털코트만도 수십 벌이 넘어. “
  “ 그럼 자네가 만든 털코트 입는 사람은 누구야. 그사람은 자네처럼 산이나 숲속을 헤매지도 않고 편안히 앉아서 사냥하는 거 아냐. 그 사람이 바로 일류 사냥꾼일세. “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톰과 함께 빌리 부부와 식탁에 둘러앉게 되자 언제 다시 이들과 이런 자리를 함께 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을 느꼈다. 국민학교 시절 사회 교과서와 선생님의 이야기로만 알고 배웠던 백야와 설야의 북극 대륙을 성인이 되어직접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 너무 감회 깊은 것이다.  통나무 캐빈에서 직접 사냥해 온 사슴 고기로 바베큐를 즐기며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그들과 친구가 되어 순수한 인간의 정을 나눈다는 것이 이기적인 도시의 문명에만 쫒기며 살아온 나의 마음을 어린 소년처럼 순진하게 만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들은 나와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건배를 거듭했고 이야기는 끝없이 풍요로웠다. 태고의 낭만을 그대로 간직한 듯한 북극의 밤은 눈 내리는 숲속의 캐빈에서 화덕의 따스한 열기와 함께 조용히 머물고 있는 것이다.
  무스 바베큐를 열심히 먹고 있으려니 순이가 은박지에 싸서 오븐에서구워낸 커다란 감자를 꺼내왔다. 내가 이곳에 오면 먹고싶어 그녀에게 요구하는 메뉴이기도 했다.
  “ 감자예요. 잘 익은 것 같아요. “
 갈라진 군 감자 속에 버터를 넣어 포크로 잘 이긴 후 먹는 그맛은 입맛을 돋구어 주기도 했다.
  “ 피제이 자네는 바베큐와 군 감자맛을 못잊어서 꼭 다시 오게 될거야 “
톰은 여전히 식욕 좋게 고기맛을 즐기고 있었다.
  “ 암 그렇구 말구. “
  “ 피제이가 다음에 오면 그 때는 내가 사냥할거야. “
  “옳은 말이야. 톰 자네가 늑대 가죽으로 내 코트 만들어 줘야 하니까. “
  “ 다시 온다면이야. 그것 뿐만이 나니지. 북극의 백곰 가죽으로 침대 커버를 만들어 줄테니까. “
식사 후 화덕 앞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며 담소하는 동안 순이가 자넷트한테서전화가 왔다고 일러 주었다.  나는 그제서야 그녀와의 약속을 기억하며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지금 곧 와줄 수 가 없느냐고 물었고 나는 불쑥 오늘이 델타에서 보내는 마지막 저녁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말문이 막히는 듯 했다.
  “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어요 ? 아침에 만났을 때도 아무말이 없더니. “
  “ 아무튼 내가 그쪽으로 가겠어요. “
일단 전화를 끊고 자리로 돌아왔다 . 순이는 무엇인가 몹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 자넷트가 집으로 오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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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요. 피자집이예요. “
  “ 자네가 떠난다는 걸 그녀가 벌써 알고 있나 ? “
  “ 지금 전화로 얘기했어. “
  “ 이제 생각하니 델타에서 미스터 박과 이별을 제일 아쉬워할 사람이  자넷트 군요. 델타나가 델타토이를 사랑하는 모양이군. “
  “ 언젠가 그녀도 자기 자신은 델타나가 아니고 델타토이라고 하더군요. “
  “ 하긴 그 여자도 깊은 상처가 남아 있겠지. 이곳에 와서 자식까지 낳고 이혼을 했으니까. 그래서 술을 많이 먹게 되었고 그녀도 그대로 가다가는 알콜 중독증세가 일어날 거예요.  외롭고 괴롭다 보니 오히려 이방인인 미스터 박에게 정을 주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동정은 가겠지만 마음두지 말고 떠나세요.
다시 올 때는 오더라도. “
  밖으로 나오자 캄캄한 허공에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순이는 나의 손을 꼭잡고 석별을 위쉬워하며 금새 눈물이라도 쏟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 당신 내일 아침 피제이가 갈때 배웅 안할 거야. “
  “ 물론 가 봐야지요. “
  “ 오늘과 같은 만찬을 다시 갖게될 그날을 위해 꼭 돌아올 겁니다. “
나는 순이의 손을 꼭 잡았다.
  “ 물론이죠 “
  빌리가 주막의 피자집까지 픽업 트럭으로 데려다주고는 숙소로 일찍 돌아가라고 일러주었다. 피자집에 들어서자 서너 테이블에 손님이 있을 뿐 한가했고 자넷트는 혼자 앉아 이미 와인을 꽤 마신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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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제이, 어서 오세요. 앉아요. “
  “ 그래요. 자넷. “
  “ 빌리의 집에서 저녁식사는 즐겁게 하셨나요 ? “
  “ 정말 즐겁고 아쉬운 저녁이었어요. “
  그녀는 내 앞에 와인을 한잔 따라 놓으며 이미 취기가 오른 얼굴로 나의 표정을 음미하듯 홅어보았다.
“  피제이, 당신 나그네처럼 내일 아침 그렇게  훌쩍 떠나신다고요 ? “
  “ 갑작스런 사정이 생겼어요. “
  “ 당신의 나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
  “ 아직은 ,……”
  “ 그럼 사업상 이유인가요 ? “
  “ 나는 델타토이예요. 자넷트도 그것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요. 그저 나그네에 불과하다고나 할까. 이곳에서 겨울을 지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예요. “
옛 여인이  정신요양원에서 퇴원하기 때문에  갑자기 떠나게 되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보다는 굳이 그런 사정까지 그녀에게 들려줘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이제껏 나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가지고 대해 주었던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몇 일만이라도 더 머무를 수 없나요.  다음 주부터는 강의 스케줄도 없어요. 저도 고향 미시시피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러니까 몇 일만 더 머무르면서 저와 의논하는게 어때요 ?  피제이는 언젠가 미국에 정착하고 싶다고 했지요.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돕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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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으니 내일 아침 떠나야 한다는 것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앤지가 요양원에서 퇴원한다는데 그것도 본인이 나를 보호자로서 퇴원수속에 입회해  달라는 요구를 어떤 이유를 들어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
  “ 자넷,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그동안 저에게 보여준 친절을 저로서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자넷, 미안해요. 그러나 어떻게든 내일 떠나지 않으면 안될 형편입니다. “
  “ 그렇다면 단 하루라도 더 머무르면서 저와 함께 다시 생각해 봐요. 네? “
그녀는 나를 응시하면서 나의 손을 잡고 애원했다.

 
  나는 지난해 겨울 일 주일에 거의 한 번 정도는 그녀와 만나  그녀의 집이 아니면 주막에서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며 소일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기도 했다.
봄이 되고 그녀의 강의시간이 늘어나자  그녀와 만나는 횟수도 뜸해졌고 썸머스클이 시작되었을 때 그녀는 뜻하지 않게 내게 자신이 맡고 있는 강의를
수강해 보라고 권유했다.  일 주일에 한 번씩 저녁시간에 마련된 특별 프로그램 으로  오럴 컴뮤니케이션 클래스였다. 첫 강의시간에 나갔을 때 15명의 수강생들은 동양인을 모두들 시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강사인 그녀는 먼저 자기를 소개하고 모든 수강생들이 각자 자기를 소개하게끔 한 뒤 삼 분간 시간을 할당하여 연단에 나아가 자유주제로 스피치를 하도록 했다. 그것은 그녀가 강사로서 수강생에 대한 테스트이기도 했다.   수강생들이 순서대로 연단에 나아가 과거의 단편적인 경험을  통한 에피소드를 발표하는데 나는 기가 꺽이고 말았다. 모두들 스피치에 대한 각자의 소질을 연기하듯 과시하자 나는 자넷트의 권유에 따라 클래스에 등록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넷트가 왜 나에게 이런 클래스를 수강하도록 권유
했는지 처음에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직업상 전문적인 발표력 향상
이나 사회적 대인관계에 필요한 언변을 연마한다는 의미에서는 자기발전에 도움이 된다해도 나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나의 순서가 돌아왔을 때 어쩔수 수없이 앞으로 나갔고 떨리는목소리로 말을 더듬거렸다.
  “ 제가 여러분들처럼 유창한 영어로 스피치를 하려면 오랫동안 훈련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 하고 입을 열자 조금 전까지도 수강생들이 하나씩 연단에 나아가 스피치를 할 때는 낄낄대고 웃기도 하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그만 숙연해졌다.
나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로스엔젤리스에서 고속도로 시설과 자동차 물결을 보고 감탄했으며 국민학교때 교과서와 선생님을 통해 배운 북극 알라스카를 실제로 체험하게 되니 감개무량하다는 뜻을 어렵게 표현하고 있었다.  이것은 스피치라기보다는 일종의 소감을 피력한 것에 불과했다. 강사인 자넷트가 옆에 서 있다가 웃으며 박수를 치자 모두들 따라서 박수를 보내 주었다.  강의 시간이끝나자 몇몇 수강생들이 내게 몰려와  다시 인사를 청했고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어느 젊은 가정 주부는 자기 남편이결혼 전에 선교 사업차 서울에 파견된 적이 있다면서 한국에 대해 꽤 아는 척을 했다. 나는 강의실을 나오면서 강사인 자넷트에게 다가가 개인 면담을 요청하였고 그녀는 무엇인가 예감하고 있었다는 눈치로 정감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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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나로서는 무리한 클래스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내가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그녀가 개인 지도로 뒷받침 하겠다고 격려해 주었다.
  그 후로 그녀와 나는 지난해 겨울처럼 다시 주막이나 그녀의 집에서 만나게 되었고 서로 깊은 연민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녀의 애원하는 듯한 시선을 마주 바라보며 이번에는 내가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 자넷, 짧은 기간이었지만 당신은 나의 선생님이었어요.  그리고 정말 좋은 친구이기도 했구요. 늘 내게 얘기했듯이 당신도 고향 미시시피로 돌아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 당신 혼자서 이 북극에서 견딘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고 말입니다. “
  “ 알아요. 그래서 어둠만이 계속되는 긴긴 겨울을 술에 파묻혀 살게 되구요.피제이, 당신만 좋다면 나는 당신과 함께 나의 고향 미시시피로 가고 싶어요. 지금이라도 말이예요. “
  그녀의 두 뺨에 주루룩 눈물이 흘러 내렸다. 순간 나는 당혹감에 빠졌다. 그래서 앤지도 결국 우울증과  분열증이라는 정신질환으로 두 번이나 요양원 신세를 진 것이 아닌가.
  “ 자넷, 나중에라도 꼭 돌아가요. 아무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자신을 위하는 길입니다. 그 고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
  나는 그녀를 위로하고 간곡히 사정하다시피 하여 그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녀의 차를 타고 나의 숙소인 데이빗 영감 집 앞까지 왔을때 그녀는 언제 눈물을 보였냐는 듯이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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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제이 들어가세요. 당신을 잡아 둘 능력은 없지만 당신이 나의 생각을받아 줄 기회는 남아 있어요. 내일 아침 버스 출발 시간 전에 다시 오겠어요. 나를 꼭 만나고 떠나야 합니다. 대답해 주세요. “
  “ 그래요. 자넷. “
그녀는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 듯 내얼굴을  조용히 응시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쓸어 내렸다. 손바닥에 입술이 닿았다. 나는 순간 그녀를 힘껏 끌어안고 입술을 포갰다.
  “ 그럼. “
그러나 그녀는 포옹을 풀지 않았다.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우리는 다시 거칠게 입을 맞추었다.
  “ 안녕히 주무세요. “
  “ 그럼 운전 조심하구요 . “
내가 차에서 내리자 그녀는 차를 돌리며  손을 들어 보였고 나도 손을 흔들며 작별의 인사를 보냈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그녀의 차가 하이웨이를 진입하여 멀리 사라질 때까지 집앞에 서서 지켜보며 그녀와 앤지 모두 지금 나의 현실에 너무 나 깊이 다가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자였던 앤지 그리고 짧은 기간 동안이나마 내게 선생이 되어 주었던 자네트
이들은 모두 나의 포근한 연인으로 가슴 깊이 자리했던 여인들 이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침에 자넷트가 찾아 왔을 때 나는 그녀의 옷차림새와 그녀가 몰고 온 캠퍼트럭을 보고 의아했다. 창 밖을 통하여 그녀가 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내리는 순간부터 그녀가 장거리 여행을 준비하고 나섰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밖으로 나가자 그녀는 지난밤과는 너무나 달리 명랑하고 밝은 표정으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 피제이 안녕하세요? “
  “ 그래요. 자넷은 ? “
  “ 좋아요. “
  “ 그런데 어디를 가려고 캠퍼까지 몰고 나왔어요 ? “
  “ 피제이, 앵커리지까지 함께 가요. 내가 데려다 주겠어요. “
  “ 아니, 자넷이 앵커리지는 왜요 ? “
  “ 피제이와는 처음이자 마지막 긴 여행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꼭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앵커리지에 가 있는 제아들 마이클을 만나보기도 하고요. 그애가 제 아빠에게 가있은지 벌써 이 주일이나 됐어요. 이제 데려와야지요. “
한시라도 빨리 앵커리지에 도착하여 폴과 함께 앤지에게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고민스러웠다. 완전히 여장을 갖추고 나선 그녀의 제안을 거절 할 수 없을 바에는 대답을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 좋아요. 그러나 빌리 부부가 오기로 되어 있어요. 곧 도착 할테니 그들을 만나본 후 떠나기로 하지요. “
  “ 그럼  먼저 짐이나 챙겨 차에 실어 두고 기다려요. “
나는 자넷트와 함께 집 안에서 트렁크와 가방을 들고나와 캠퍼에 실었다. 데이빗 영감 부부가 밖으로 나와 의아스런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 피제이, 첫 버스를 타고 페어뱅크로 가서 배행기를 타기로 되어 있다더니 어찌된 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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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제가 앵커리지에 있는 아들을 데리러 가는 길에 피제이와 함께 동행하려고요. “
자넷트가 먼저 나서서 대답을 했다.
  “ 장거리 여행인데. “
 데이빗 영감이 그의 부인 눈치를 살폈다.
  “ 그렇다면 잘 되었어요.  운전도 서로 교대로 하고 지루하지 않게 말벗이 될 수도 있으니까. “
곧 이어 빌리가 출근길의 순이와 함께 나타났다. 그들도 역시 집 앞에 세워져 있는 캠퍼와 자넷트를 보고 약간 의아스러운 눈치를 주고 받았다. 그러자 자넷트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며 설명을 했다.
  “ 피제이는 저와 함께 제 차로 앵커리지까지 가기로 했어요. 저도 그곳까지 가야할 일이 있고요. 재미있는 여행이 될 거 예요. “
  “ 아 그래요 . 그것 잘 됐군요.  어쩌면 두 사람에게 모두 뜻깊은 추억이 될 그런 여행이 될지도 모르지요. “
빌리는 나를 향해 의미있게 웃어보였다.
  “ 이제 떠나지요. “
자넷트가 서둘렀다.
그러나 데이빗 영감이 다가와 나의 손을 잡고 기도를 올리자고 했다. 모두들 둘러서서 머리를 숙이자 데이빗 영감은 기도를 시작했다.
  “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그동안 저희 부부와 함께 기거하던 당신의 착한 양이 이제 그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먼 여행길에 나섰습니다. 항상 주님의 보살핌으로 이곳에서 건강하게 머물다가 떠나게 된 것을 감사하오며 그가 돌아가는 여행길이 즐겁고 주님의 충만한 은혜 가운데 그가 하고자 하는 사업이 무엇이든 소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게 하소서. 지금 발길을 내딛는 순간부터 그의 나라 그의 고향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는 그때까지 주님이시여 그를 인도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더욱 바라옵건대 우리가 육신으로 또한 영혼으로도 다시 만날 수 있는 축복을 내려주시길 간절히 바라오며 우리 주예수 그리스도의 이름 받들어 기도하옵니다. 아멘 ~. “
나는 데이빗 영감의 기도에 진심으로 감사했고 그들은 일일이 내게 다가와 포옹으로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순이가 다가와 포옹을 하고 나서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 운전 조심하시고 늦어도 오늘 중으로 앵커리지에 도착하셔야 합니다.
앤지를 퇴원시켜 집으로 돌려보내야 마음이 편하실 테니까. “
순이의 말은 자넷트를 염두에 두고  나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나는 의미있는 시선으로 머리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랐다.
  “ 피제이 꼭 연락주게. “
빌리는 나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자넷트는 이내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하이웨이 로 차를 몰았다.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잿빛으로 흐린 하늘이 차창 가득히 들어왔고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델타의 주막거리를 바라보며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오는 듯한 아쉬움에 코끝이 찡해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자넷트와는 서로 주고받는 대화도 없이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평야를 바라보며 가슴이 터질듯한 외로움에 마음껏 소리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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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예정없이 델타를 떠나는 아쉬움과 끝없는 북극의 지평을 바라보며 느끼는 향수와 그리고 앤지와 자넷트에 대한 연정과 욕구가 뒤엉킨 갈증이기도 했다.
내가 계속 침묵만을 고집하듯 아무 말이 없자 자넷트가 방긋이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 이별이란 언제나 서글픈 것이지요. 그러나 새로운 만남이라는 미래가 있으니까요.“
  “ ,…..”
  “ 피제이 무엇을 그리 생각하고 있지요 ? “
  “ 내게는 모두가 소중했던 순간들을 영원히 기억속에 묶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 당신의 좋은 면이예요. 델타에서 지낸 일들이 당신에게는 소중한 의미가 있나보죠 ? “
  “ 그래요. 내 생애의 깊은 의미가 있는 한부분이 될 수있지요. “
  “ 거기에는 당신도 포함되겠지요. “
  “ 정말이예요. ?”
자넷트는 활달한 제스츄어와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당연하지요. 당신은 나의 선생이면서 친구가 되어 주기도 했고,…”
  “ 그 다음은 뭐지요 ? “
그녀는 흥미있다는 듯이 말꼬리를물고 질문했다.
  “ 내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북극에서 만난 여인이기도 하고요. “
  “ 피제이 당신도 내게는 잊을수 없는 남자로 기억에 남을 거예요.
피제이, 알라스카를 상징하는 꽃이 뭔지 아세요 ? “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앤지와 스월드에서 밤을 새우고 돌아오던 날 아침, 차 안에서 그녀가 들려준 말을 기억하며 피부색도 생각도 다른 두 여인이 똑같은 말을 한다는 사실에 야릇한 감정이 솟았다. 나는 머뭇거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 물망초예요.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니 외로운 유배지와 같은 이곳을 잊지 말아 달라는 뜻이지요. “
  “ 체험을 해보니 정말 알라스카는 외로운 곳이예요.  그래서 떠나더라도 더욱 잊지 못할 거예요. 지난 겨울 저는 참으로 많은 아픔을 참아내야 했습니다
내게는 무척이나 고통스럽고 긴 겨울이었지요. “
  “ 무슨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었던 것 같군요. “
  “ 그래요. 내게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지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떠나고 있는 겁니다. “
자신도 모르게 여기까지 거침없이 이야기한 것을 후회하며 자넷트의 표정을 살폈다. 공연히 말꼬리잡힌 얘기였다.
  “ 그렇다면 무슨 내용인지 몹시 궁금하군요. 피제이 제게도 그 내용을 들려줄 수 없어요 ? 알고 싶어요. “
  “ 좋아요. 들려주지 못할 이유도 없어요. 그러나 오늘 앵커리지까지 가는데 하루를 거의 소비해야 합니다. 당신과 앵커리지에 도착하여 헤어지기  전까지는 즐거운 여행이 되어야 하니까 서두르지 마세요. “
  “ 어느 누구도 도와줄 수 없을 거예요. “
  “ 사업상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가족 문제인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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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오. “
  “ 그렇다면 인간관계인가요 ? “
  “ 맞아요. 모든 문제가 거의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것이니까요. “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델타평야를 기억속에 접어 두면서 한 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면서 나는 델타평야를 향해 마음속으로 고별을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건, 떠난다는 자체가 그리 유쾌한 일은 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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