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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피스톨 박의 죽음

Views 685 Votes 0 2016.01.06 01: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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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피스톨 박.jpg

 

 

Pistol Park's Passing Away

 

 


Park's death forcasted the stormy night,
and the lobbying scandal falls into a whirlwind......
Breaking through a mine field , James K. Shin
works out a hand-hand fight.
Stepping into a self- made trap,
Northrop takes a broken boat in the stormy wind,
but all the lobbying people stand by for a drawn game.

 

 


피스톨 박의 죽음

 

 

 

  간암으로 진단을 받은 박종규는 85년 10월 10일경 동서인 이민하와 함께 마지막으로 해외여행을 한 곳이 홍콩이었다.
  그는 자기의 개인명의로 되어있던 해외예금구좌를 정리했고, 남은 돈도 이민하에게 건네주어 호텔건립에 필요한 자금을 조성해 놓았다. 적어도 노드롭으로부터 받은 6백25만불 중에 4백35만불이 이민하에게 넘어갔고 박종규는 이 돈으로 호텔건립 추진을 이미 지시했으며 한국 내에서는 권위있는 건축설계사 김수근을 통하여 설계도를 완성해 놓은 단계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죽음에 대비하여 유언이나 사무적인 정리를 제대로 해놓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이 그렇게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85년 11월 중순에 접어들어 박종규가 병세에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다급해진 쪽은 오히려 노드롭이었다. 박종규가 죽는다면 F-20의 판촉이고 뭐고 그에 관련된 부대적인 모든 계획이 낭패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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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측은 판촉 관련간부들이 전원 서울에 와서 박종규의 주변에 진을 치고 매일같이 대책을 숙의했으나 오직 바라는 것은 박종규가 회복하는 것 뿐이었다. 마침내 그들도 답답했는지 박종규를 미국으로 후송하여 살려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들은 미국내에 박종규가 입원하여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해 놓고 그를 특별 후송해갈 계획까지 세웠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세상의 모진 인심이라고나 할께 이권을 추구하는 상혼이라고나 할까 한국 내 유수한 재벌그룹들이 노드롭 측과 막후교섭을 요청해온 것이었다.
  박종규는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 자기들과 거래해 보자는 경쟁적인 제안을 해왔다. 즉 박종규가 노드롭과 추진해온 F-20 판촉사업을 맡게 해달라고 K그룹, H그룹 등등 경합을 붙은 것이다. 떡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격으로 노드롭 측의 입장은 헤아리지도 않고 그들은 두서없이 막후교섭을 시도했다. 하기야 사람이 죽는 전쟁터에서 재벌이 되는데 박종규가 죽는다고 해도 예의는 예의고 이권은 이권이 아닌가.
  그러나 노드롭으로서는 박종규가 죽음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경거망동한 판단을 내릴 입장이 아니었다. 그동안 판촉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얼마이며 박종규를 중심으로 다져놓은 조직과 로비에 얽힌 인간관계는 어떠한 것인가. 모두가 그들에게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처리해야 할 사안들이었다.
  85년 12월 3일 새벽 3시경 서울대학교 부속병원에서 박종규는 향년 55세의 나이로 한국 현대정치사에 권력의 깊은 상처를 남기고 타계했다. 불과 30세 전후의 젊은 장교로서 혁명의 핵심세력에 가담하여 권력의 상징적 존재로서 정치의 풍운을 좌지우지했던 철인같은 사나이 박종규, 한동안 권력의 공백을 거쳐 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사업에 바친 그의 열정과 공로는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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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과는 달리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이었다.
  권력의 핵심에서 여론의 주목을 받아왔던 그가 한동안 권력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정축재자의 한 인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평소 때의 소문과는 달리 그가 죽고나니 법적상속재산이라고는 내놓을 만한 것이 없었다. 물론 그 자신의 신분을 고려하여 본인이 직접 소유권을 갖고 재산관리를 행사하는 방법을 피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가 세상을 등지자 그의 주변의 인맥이 흔들리고 법률적 상속문제보다 사업에 대한 대권승계에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박종규가 타계한 바로 그날밤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가족과 친인척들이 모여들었고 박종규의 자택은 적막하리 만치 조용했다. 마명덕은 노드롭의 부사장 제임스 도어시와 함께 미망인 이종원의 자택으로 찾아갔다. 마명덕과 이종원은 사전에 뜻을 서로 맞추었고 마명덕이 이날밤 긴급 비밀회합을 주선한 것이었다. 제임스 도어시가 들어서며 미망인에게 정중히 조의를 표했고 이종원은 나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이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마명덕과 이종원은 박종규가 그동안 유지해온 노드롭과의 사업관계에 대해 추후 상호간에 차질이 없도록 확인해둘 필요가 있을 뿐더러, 초상 중에 정황이 없더라도 몇몇 재벌 그룹에서 집요하게 노드롭 측에 막후교섭을 시도한다는 정보에 따라 노드롭 측의 의중을 살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세 사람이 응정실에 둘러앉아 제임스 도어시를 향해 마명덕이 말을 꺼냈다.
" 미스터 도어시. 여기 계신 사모님이 돌아가신 회장님의 상속자입니다. 물론 사업의 승계권도 당연히 가지고 계십니다."
" 물론이죠. 미스터 마."
" 그래서 미스터 도어시가 노드롭을 대표하여 분명히 협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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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셔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 좋습니다. 말씀해 보시오."
" 앞으로는 박회장님이 해오셨던 노드롭관계의 일을 여기 계신 사모님과 직접 상의하여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는 회장님 살아생전에 그분을 보필해왔듯이 사모님을 도울 것이며 노드롭을 위해 더욱 노력을 하겠습니다. 그러니 박회장께서 돌아가셨다고 해서 조금도 사모님의 비중을 달리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거예요. 오히려 박회장님 타계하심으로 인해 주위에서 사모님을 공사간에 더욱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풍습이요, 인정이다 이겁니다."
"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 미스터 도어시. 염려마세요."
이종원이 침착한 자세 그대로 입을 열었다.
" 제 남편의 역할을 해낼 인물을 곧 내세울테니 조금만 시간여유를 주세요."
" 좋은 생각입니다.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이 있습니까?"
하고 제임스 도어시는 진지하게 관심을 표했다.
  사실상 노드롭으로서는 박종규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을 물색하는 것이 급선무이기도 했다.
" 몇몇 후보인물이 있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이름을 거명할 수 없고 교섭하여 결정하는 대로 노드롭 측과 상의하겠습니다."
" 좋습니다. 우리 쪽은 조금도 염려 마십시오. 협조하고 지원하겠습니다."
  마명덕과 이종원은 제임스 도어시로부터 추호도 변함없이 협조체제를 고수하겠다는 확약을 받았고, 이때부터 이종원은 박종규의 대역을 수행해낼 비중있는 군출신 정계인사를 마음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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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지해 두고 교섭시기와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마명덕과 제임스 도어시가 미망인 이종원과 회합을 마치고 돌아간 후, 서울대부속병원에서 밤을 새우던 몇몇 친인적들과 함께 있던 강세희에게 뜻하지 않는 충격적인 정보가 우연히 흘러 들어가는데 이로 인하여 박종규 사후에 노드롭의 대 한국 판촉로비에 관련된 첫번째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소주를 마시며 영안실을 지키고 있던 몇몇 문상객 가운데 강세희에게 늘 형이라고 부르며 서울장안의 문어발처럼 건달노릇을 해오던 K모라는 자가 약간 술에 취해 잡담을 하는 도중에 노드롭 얘기가 나온 것이다.
  이야기 도중에 K는 강세희엥게 형도 신광수나 박회장과 같이 사업을 도무했으니 돈 푼이나 챙겼을텐데 음흉하게 숨기지 말라고 야유를 하다가 6백25만불 자금이 노드롭으로부터 지급되어 신광수와 이민하가 1백만불, 2백만불씩 배당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 사실을 듣고난 강세희는 신광수와 이민하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기절한 판이었다. 그로서는 떡고물은 고사하고 입닦고 시침떼고 일 년이 넘도록 자기를 감쪽같이 따돌린 그들을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에게도 신광수와 이민하를 능가하는 지략과 술수는 얼마든지 있었다. 오기를 부려서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을 바에는 그 자신도 실리를 취할 수 있는 계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일단은 정면으로 상대방을 공략하면서 막후에서 실리를 얻기위한 협상을 하고 필요한만큼 원수처럼 미운 상대라 할지라도 이용가치가 있는 데까지는 이용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무튼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노드롭에서 지급된 6백25만분에 관련된 내막을 전해들은 강세희가 객기를 부리는 바람에 한동안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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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롭사건의 전반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하고 복잡하게 얽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박종규 사후 6개월기간에 걸쳐 벌어지는 노드롭과 이민하 그리고 신광수의 관계이다. 이 기간에 일어나는 사태의 내면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만 있다면 노드롭의 대 한국 판촉로비가 왜 스캔들로서 비화되었는가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겠으나, 훗날 당사자들은 여론과 법률적 입장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진술 이외의 발언은 일체 기피함으로써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의 판단을 혼미하게 만들고 의혹만을 더욱 짙게 하고 있었다. 오직 진실은 노드롭의 관계자들과 신광수 그리고 이민하 등 관련자들의 양심 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세갈래 방향에서 조명해보면 가리워진 진실의 내면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첫째, 미망인 이종원을 뒷전에 두고 전면에 나선 이민하가 그의 수하인격인 찰스 김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노드롭과 진행하는 판매대리점 계약청산협약의 궁극적인 목적과 이에 야합하는 노드롭 측의 속셈, 그리고 강세희가 독자적으로 이권추구를 위해 노드롭을 협박하고 나섰는가 아니면 부대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이민하와 협잡을 하여 행한 계략인가 하는 점.
  둘째, 노드롭에서 배척당하는 신광수의 독자적인 행동과 이민하와의 암투.
  셋째, 미망인 이종원의 밀지를 받고 협상에 나선 마명덕의 고립되어가는 과정.

  박종규가 사망한 12월 3일 밤 박종규의 자택에서 이종원과 마명덕 그리고 제임스 도어시가 비밀회합에서 확약한 대로 노드롭 측은 계속 판촉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몇 주가 지난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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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1월 초에 노드롭 측은 이종원을 찾아와 동양고속과의 판매대리점 계약을 청산하고 호텔합작투자 명분으로 지급한 6백25만불의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답변에 궁색해진 이종원은 대리인으로 이민하를 내세워 협상을 시도했으나 어차피 결론은 유보될 수밖에 없었다.
  노드롭은 왜 서둘러서 계약을 청산하고, 호텔투자대금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반환을 요구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들은 박종규 사후에 대 한국 판촉로비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고 박종규의 대역을 해낼 인물이 등장하더라도 박종규와 있었던 거래상의 미결 사항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판촉활동의 재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그러나 이종원을 만난 노드롭의 부사장 도널드 폴즈와 제임스 도어시는 원만한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는 커녕 오히려 혹을 붙인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종원 측은 호텔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노드롭이 돌려받지 않겠다고 하고서 내놓은 6백25만불을 왜 요구하느냐 하는 태도로 맞섰다. 그 근거로써 이종원은 84년 8월 8일 밤 신광수가 박종규 앞에서 행한 언질을 폭로함으로써 노드롭 측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얘기인즉 그날 밤 신광수가 LA의 센츄리 프라자호텔에서 강오현에게 행패를 부리고 나서 남편 박종규의 호텔방으로 찾아와 6백25만불 중에 5백만불을 제외한 1백25만불을 돌려달라고 하며 그 돈은 신광수 혼자서 챙기는 것이 아니고, 노드롭의 관련간부들에게 킥 백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는 사실과 그후 신광수의 요구대로 1백만불을 지급한 내용을 털어놓자 노드롭 측의 간부들은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전전긍긍했다는 것이다.
  " 여러분 생각해 보세요. 이 돈은 판촉자금으로 내어놓은 돈이고 그만한 돈을 적당히 돌려받자는 것은 서로 나누너 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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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과 마찬가지인데 반환을 하라니 이거 말이나 되나요. 죽은 제 남편은 노드롭을 위해 물심앙면으로 희생했는데 신광수의 말대로라면 신광수와 여러분은 그 돈에서 일부라도 조건없이 가져다 쓰고 나서 그 돈 전부를 반환하라니 이치에 맞는 건가요. 다시 말해서 이것은 노드롭이 돌려받겠다는 조건이 없이 내놓은 돈인데 이제와서 내놓으라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노드롭 측은 이런 함정이 있으리라고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기가 막히고 자지러질 노릇이었다. 신광수가 이들을 어떻게 요리해 놓았길래 그후에도 이종원의 입에서 이말만 나오면 그들은 오금을 펴지 못하고 타협을 위한 제안이 흐리부지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신광수와 당초부터 작당을 했던 것일까. 그들은 그후 타협의 상대를 이민하로 선택하고 말았다. 그들에게도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종원으로부터 실권을 위임받고 협상에 나선 이민하는 청산협의를 진행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이종원을 따돌리고 새로운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박종규의 생존시에 그의 그늘에서 관리자의 위치가 고작이었고 처제 이종원의 지원과 비호아래 박종규의 권세만을 이용하여 성장해온 이민하는 이제 자신의 계략대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종원도 그의 안중에 없었고 그저 적당히 이용가치만 있다고 판단을 했을까.
  또 한가지는 박종규 생전에 노드롭과의 거래에서 기를 펴보지도 못하고 신광수 때문에 따돌림을 받아온 것을 생각하니 미운 오리새끼같은 신광수를 노드롭과의 이권에서 내치는 일이 급선무였던 것 같다. 신광수로 인하여 박종규로부터 소외당한 한을 씻고 더욱이 그냥 두었다가는 신광수의 술수에 말려들어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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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을 당하는 꼴이 된다는 것은 손금을 보는 듯 자명했다.
  이민하가 내세운 제안은 그 당시 노드롭 측으로서는 그런대로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하는 노드롭과 청산협약을 진행하는 한편 박종규의 역할을 대신할 인물로서 그 당시 정계의 실세로 인정받고 있던 J모와 대통령의 실제 전경환을 등에 업었다고 장담을 하며 노드롭에 접근한 것이다. 이민하가 박종규의 댕겨으로 내세운 인물로 알려졌던 상기인들과는 실제로 내약이 되어 있었는 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사태의 진전상황을 보면 노드롭은 이민하가 내놓은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노드롭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이민하의 제안을 확인하고 어떤 보장을 받는다는 자신없이 이민하와 협상에 임했을 리는 없다. 이해득실을 가린다면 노드롭 측이 훨씬 앞서가는 대기업의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당장 피해를 본 첫 인물이 신광수였다. 더 이상의 이용가치가 없어진 신광수를 노드롭이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며 계속 고용해둘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이민하측에서 바라고 있었던 결과라는 것은 무리한 판단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부분적으로 찰스 김과 이민하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피의자 신문조서를 통해 밝힌 내용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찰스 김의 진술 ;

  1986년 1월 초에 노드롭의 부사장 미스터 폴즈로부터 전화가 와서 서울로 가는 길에 노드롭에 들려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며, 상의 내용은 앞으로 노드롭사와 동양고속 간에 현재 진행 중인 간접상쇄계획을 도와주길 희망하며 노드롭과 동양고속 간의 대리점 계약해지에 중재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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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진술인은 사업차 1월 말경 서울에 오는 길에 노드롭사에 들려서 미스터 폴즈로부터 처음으로 노드롭과 아시아문화관광개발과 합작투자 호텔인 서울 팔래스호텔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 내용인즉은 노드롭이 투자금으로 송금한 6백25만달러를 회수 해야겠는데 그 방법으로 노드롭과 동양고속 간의 대리점계약을 해지하면서 경비 및 기타 해약금조로 지불하는 금액 중에서 6백25만불을 아시아문화관광개발을 통하여 돌려받게 하자는 안이었습니다. 미스터 폴즈의 의견은 최소한 1천5백만불 상당의 청구를 하면 6백25만불을 지불할 수 있는 충분한 선에서 노드롭이 합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이민하 회장에게 전달하여 1986년 2월 1일자로 이민하 회장으로부터 동양고속을 대신하여 협상하라는 위임장을 받았습니다.
  그후 수차에 걸쳐......

  이민하 측의 진술 ;

  박종규가 사망한 후 1986년 1월 노드롭사의 폴즈 부사장과 도어시 부사장이 박종규의 부인 이종원을 찾아와...... 당시 진술인은 서울 팔래스호텔 프로젝트의 내용도, 합작투자의 계약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전체윤곽을 대충 알게 되었다. 몇차례 만나면서 해결책으로 몇가지 방법이 논의되었으나 서로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였다. 한편 폴즈 부사장은 86년 1월경 소피텔호텔건으로 지면이 있는 찰스 김에게 동양고속과 노드롭 간의 판매대리점 계약상에는 동양고속 측의 실경비 보상에 관한 규정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것은 계약당시 동양고속이 그렇나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며, 관례적으로 대리점의 실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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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노드롭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동양고속과 노드롭 간에 대리점계약을 해지할시에 실경비에 대한 증명을 붙여 보상청구를 하면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동 보상금액으로 6백25만불을 해결하자는 요지를 설명하였다고 한다.
  진술인은 이와같은 요지를 전해듣고 판매대리점 계약해지에 따른 보상문제를 찰스 김을 통하여 협상하였는 바, 폴즈 부사장 스스로 보상금을 청구하는 근거를 메모하여 금액을 얼마로 하여 청구하라는 구체적인 메모를 제시한 사실도 있다. 대리점 계약해지 협상시 보상금조로 3백50만불이 합의되어야만 6백25만불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양측의 기본 인식이었다. 3백50만불이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6백25만불 중 1백만불은 노드롭의 컨설턴트인 신광수에게 지급되었으므로 박종규가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고, 본 프로젝트 추진을 위하여 설계비 등으로 약 75만불의 경비를 지출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하였으므로 1백75만불은 6백25만불의 반환에서 공제될 수 있었다.
  노드롭은 신광수에게 지급한 1백만불을 아시아문화관광개발의 개발비 항목으로 하여 합작투자 계약에 따른 비용으로 처리하여 공제시키고저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박종규가 환운영을 하고 구좌에 남아있는 돈이 약 1백만불 정도라고 확인되었으므로 동 금액을 노드롭에 현실적으로 지급하고 동양고속이 노드롭으로부터 받을 3백50만불을 아시아문화관광개발이 노드롭을 위하여 동양고속에 지급한 것처럼 처리하여 아시아문화관광개발이 4백50만불을 노드롭에 반환하는 것이 되며 이것으로 6백25만불 문제를 완전해결코자 하였던 것이다.
  찰스 김과 이민하의 진술에 의하면 노드롭이 해결방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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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하며 청산타협을 서두르고 나왔다. 결국 그들은 상기와 같이 6백25만불을 손비처리하려고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한편 이민하와의 새로운 판촉계획을 병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판매대리점 계약을 살펴보면 어느 조항에도 계약해지에 따른 대리점의 비용보상이라는 규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대리점은 자가비용으로 용역을 제공한다는 규정이 오히려 명시되어 있다. 노드롭이 동양고속에 실경비를 근거를 만들어 청구하라고 선심을 쓰는 넌센스를 범할 리도 없는 것이다. 그들은 6백25만불의 반환청구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식했고 그 돈의 청구에 집착하다보면 대사를 그르칠 뿐더러 양자간에 비리만 외부적으로 노출되어 결국 노드롭 측만 불리해진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아야 한다. 더욱이 후문에 의하면 이민하가 제시한 박종규의 대역으로 제시한 거물급 인사들이 노드롭으로서는 기대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노드롭과 이민하 간에 비밀 협상이 순조롭게 막 시장되는 동안 노드롭 측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강세희는 박종규가 타계하던 날 밤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자신이 6백25만불의 거래과정에서 따돌림을 받은 사실을 알고 난 후, 이민하를 만나 계속 괴롭혔지만 이민하도 몰랐다고 오리발을 내밀었고 모든 것을 신광수와 박종규에게 밀어 붙였다. 반대로 신광수는 모든 것을 박종규와 이민하에게 돌려버렸다. 이때까지도 이민하는 해외구좌에 노드롭에서 박종규에게 지급한 6백25만불과 관련된 대금 중에서 4백여만불 이상을 은닉보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훗날 전개되는 사건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필요한 부분을 검찰에서 행한 이민하의 진술을 근거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것은 처제인 이종원과 형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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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사이에 발생하는 불화와 갈등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이민하는 박종규의 사후에 노드롭사의 부사장 폴즈와 도어시가 미망인 이종원을 찾아와 6뱃25만불 반환요구를 할 때까지 호텔프로젝트의 내용도 합작투자 계약의 내용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참으로 난해하고 주위의 관계자들로부터 지탄을 받을 치졸한 변명이다. 그는 84년 9월 초 동경의 프린스호텔에서 이종원이가 입회한 자리에서 박종규로부터 2백만불 짜리 보증수표를 건네 받을 때 이미 상기 자금의 출저와 지급 과정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박종규가 이민한 거금을 이민하에게 건네주면서 자금 출처의 배경을 설명하지 않고 단순히 그에게 보고나 하고 있으라고 했다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만약 이 부분을 이민하의 주장대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다음 부분에서 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민하의 진술에 의하면, 노드롭 측에서 박종규에게 5천만불을 빌려주어 환차장사를 하도록 하여 그 차익금으로 6백25만불을 변제하도록 하려고 했다는 부분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러한 의도를 전해들었을 때 이민하는 문제의 6백25만불에 대한 지금 경위를 박종규로부터 파악했을것이다. 이민하 측이 이 사실도 부인한다면 박종의 측근으로부터 증언을 정리해보면 정면으로 반대의 견해가 나온다.
  85년 10월 초 홍콩에서 박종규가 2백만불(신광수는 3백만불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을 이민하에게 호텔건립자금으로 건네 준것이지 환차장사를 하라고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민하는 로비자금 지급을 위한 형식적인 계약이 어찌되었던간에 서울 팔래스호텔 프로젝트에 관련된 합작투자 계약의 내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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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반대로 이민하가 주장하는 환차놀이에 대해서도 전혀 신빙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견해이며 당시 국제외환시장의 상황이다.
  첫째는 박종규가 이민하에게 환차장사를 하라고 거금을 넘겨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는 환차장사를 한 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3백만불을 투자하여 8개월 만에 2백10만불이나 손실을 보았다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진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하의 진술에 의하면 환차놀이의 전문가인 동경은행 구룡지점장인 아오끼에게 자금을 맡겨두고 관리하게끔 했다. 86년에 들어서면서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가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국제외환시장에서 전문가인 아오끼가 일고의 검토도 없이 이런 와중에서 자신의 고객이 8개월 동안에 2백10만불이나 되는 파산적인 외환손실을 당하게끔 그냥 방관해 두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치졸한 발상일 것이다.
  이민하가 개인적으로 자금관리를 어떻게 했는 지는 오직 그 자신과 관계은행 창구에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하여 언젠가는 그의 처제이며 박종규의 상속인 이종원과도 돌이킬 수 없는 불화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주위에서 전하는 바에 의하면 이민하와 강세희는 모사에 손발이 잘 맞는 동패라고 한다. 그런데 86년 1월 초에 느닷없이 노드롭의 부사장 제임스 도어시 앞으로 강세희가 협박편지를 보낸것이었다. 강세희가 6백25만불의 내막을 알게 된 이상 그대로 보아 넘기지 않으리라는 것은 주위에서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노드롭에 먼저 타격을 가해오리라고는 누구도 상상을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강세희로서는 노드롭이 가장 만만하고 자신의 이권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상대라고 판단한 것은 당연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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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
  강세희의 협박편지는 도어시의 부재중으로 뒤늦게 전달되었으나 노드롭으로서는 일단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협박도 협박이려니와 단순히 강세희의 개인적 이권만을 위한 행위인지 아니면 또 다른 저의가 있는지 노드롭으로서는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처지였다. 그러나 그러한 협박편지의 내용에 끌려다닐 노드롭이 아니었다. 강세희가 보낸 협박편지의 전문을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다.
 
  친애하는 제임스 도어시

  본인은 지금까지 귀하께서 본인과 본인의 딸에게 베풀어주신 모든 친저과 호의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를 표하오며, 우리가 함께 도모해왔던 사업이 장차 어떻게 진전되어가든 상관없이 우리의 우정은 변함없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 85년 12월 초 하이얏트호텔에서 회합을 가졌을 때 본인에 대한 귀하의 모호한 태도는 동양고속과 귀사간에 불편한 관계와 함께 본인을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본인은 한국정부가 F-20에 대한 공식구매를 발표한 후 본인의 입장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게 되리라 생각해 왔습니다. 지금도 본인은 F-20의 대 한국 판매에 관여했던 귀사의 모든 임직원들은 1983년 김상태 장군이 미국을 방문함으로써 시작되었던 동 사업계획에 본인이 실질적인 참여와 모든 노력을 인정했다고 확신합니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귀하가 여전히 F-20의 구매결정에 대한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이 단계에서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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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이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또는 계약 내용을 구실로 본인의 노력, 더욱이 그 사실마저 부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본인을 매우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은 지금까지 귀사를 위해 일해온 대가를 받기위해 자구책을 강구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귀사의 비밀 컨설턴트였던 고 박종규가 생존시에 F-20에 관련된 모든 중요한 사안은 본인과 의논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중요한 사실을 내게 알려주었습니다.
  따라서 본인은 한국 내에 귀사의 판촉활동에 대한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단언합니다.
  그 가운데 중요한 사항은,
A. 1983년 6월 전 한국 공군참모총장 김상태 장군의 미국방문.
B. 1984년 LA올림픽기간 동안 있었던 일.
C. 고 박종규에게 지불한 미화 6백25만불. 이것은 F-20의 판매커미션 형태로 선지급되었기 때문에 한국법에 관계됨. 박종규는 1985년 19월 이 사실을 시인했음.
D. 귀사의 회장 토마스 존스와 박종규가 1985년 6월 동경 프린스호텔에서 회의한 내용.
E. I.O.C 멤버였고, 귀사의 비밀 컨설턴트인 고 박종규에게 매월 6천5백불을 귀사가 지불한 사실.
F. 한국 국회를 상대로한 귀하의 로비활동.
G. 기타 중요한 사안과 사실.

  본인은 상기에 언급한 사실들이 F-20 구매를 위한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결정이 이루어지기 전에 외부에 공개되면 귀사의 대 한국정부 F-20 판매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본인은 귀사가 동양고속과 본인 간에 계약체결을 보장하든지 아니면 귀하께서 합법적절차를 거쳐 동일한 권리와 이익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그렇치 않으면 본인은 반드시 귀사의 대 한국정부 F-20의 판매를 저지하고 아울러 상기에 언급한 사실을 포함하여 본인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공개할 것입니다.
  1986년 1월 20일까지 회답주시기 바랍니다.

  상기 서신의 내용을 관찰해보면 신광수와 강세희는 노드롭사건에 관련된 그들의 입장에서 한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 두사람은 한결같이 박종규가 생전에 노드롭과 관련된 모든 비밀스런 내용을 각자 그들에게만 얘기한 것처럼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광수의 입장에서 그런 주장을 한다면 그의 역할이나 노드롭과의 관계를 보아 그럴 듯한 설득력이 있지만 강세희의 경우는 지나친 과시로밖에 볼 수 없다. 반면에 이민하와 강오현의 경우는 박종규와의 관련된 사실 부분에서 한 가지라도 외면 내지는 부인을 함으로써 무관해지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인 면이 있다.
  강세희는 위와같은 협박편지를 보내놓고 86년 1월 20일까지 회답을 받지 못하자 일본 오사까로 피신을 했다. 자의적 판단에서인지 타의에 의해서인 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아무튼 그는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오사까로 몸을 피해 그곳에서 일본 야쿠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한달 정도 보냈다는 후문이다.
  신라호텔이나 고급레스토랑에 휄체어를 타고 드나들며 허세를 부리고, 때로는 커피잔이나 접시를 내던지며 행패를 부리기도 하는 그가 불구의 몸으로 왜 피신을 했을까. 과거의 그 깡다구와 오기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유는 간단했다. 무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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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의 관련된 로비활동의 비리를 공개하거나 배신한 자는 보복을 당한다는 주위의 충고와 자의적인 판단으로 일본에 건너가 야쿠사들의 보호를 요청한 것이었다. 왕년의 그 답지 않는 해프닝을 벌인 결과였고, 오사까에서 그는 86년 2월 7일자로 이번에는 노드롭의 토마스 존스 회장 앞으로 하기와 같은 협박편지를 특급속달로 보냈다.

  제임스 도어시를 통하여 본인의 입장을 고려해 달라는 요청을 한지가 벌써 한 달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회답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곧 회답을 받지 못하면 본인은 다음 단계의 조치를 취할 도리밖에 없으며 일단 조치가 취해지면 돌이킬 수 없는 것입니다.
  귀하가 잘 알다시피 박종규가 죽을 때까지 실제적인 역할을 해내고 귀사의 판매활동에 관한 모든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것은 동양고속이 아니고 본인입니다.
  귀하가 원한다면 동양고속을 통하여 협상을 수락하겠습니다.

  강세희는 두번째 협박편지에서 말미에 동양고속을 통하여 협상을 받아들이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노드롭 측으로서는 긴장을 했다가 문제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찾아내는 한편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강세희의 편지를 받은 토마스 존스 회장은 86년 2월 17일자로 다음과 같이 회답을 보냈다.
 
  친애하는 미스터 강

  2월 7일자 귀하의 서신 접수하였습니다. 그러나 귀하가 보냈다는 서신은 우리로서는 받지 못했습니다. 도어시의 사무실에 확인해 보았으나 그가 극동지역에 머물고 있어서 우리는 그의 우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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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개봉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이달 말경 그가 호놀루루에 돌아오면 우리에게 당연히 연락을 할 것으로 믿습니다.
토마스 존스


  과연 노드롭 측은 2월 17일까지 강세희가 보낸 첫번째 협박편지의 내용을 모르고 있었을까. 그럴 리가 없었다. 적어도 제임스 도어시만이라도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다.
  노드롭 측은 가능한한 시간을 벌면서 사태의 처리를 계획했음이 틀림없다. 그것은 강세희가 일본 오사까에서 노드롭에 두번째 편지를 보냈던 그 시기에 신광수의 행적을 추적해보면 추리가 가능해진다. 그 이전에 강세희의 두번째 말미에 나타난 귀절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귀하가 원한다면 동양고속을 통하여 협상을 수락하겠습니다.' 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는 바로 노드롭 측이 이민하를 협상의 중재인으로 내세운다면 받아들이겠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다면 공사간에 불가분의 인간관계를 맺어온 두 사람이 사전에 어떤 모의가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해질 뿐더러 주변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의하면 강세희가 오사까에서 두번째 협박편지를 보낸 시기를 전후하여 이민하는 오사까에 있는 강세희를 은밀히 찾아가 만나고 돌아온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강세희의 협박편지와 관련하여 검찰에서 밝힌 이민하의 진술을 살펴보면,

  강세희는 1986년 1월과 2월 초 2회에 걸쳐 노드롭의 도어시 부사장에게 협박하는 편지를 보냈으며, 동 서신이 노드롭에게 6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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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불 해결을 위한 협상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는 일방 최후 순간에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지 못한 원인도 된 것으로 보인다. 3백50만불로 해결하기로 일단 합의가 된후 최종적으로 노드롭의 중역회의에 상정되었으나 부결되었다. 실제이유는 3백50만불로 합의하여 6백25만불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본건에 관하여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강세희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현상적으로는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진술이다. 얼핏 판단하기에는 이민하에게 있어서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으나, 사건이 확대될 수 있는 여건은 강세희보다 모든 관계자들에게 잠재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때까지 이민하는 강세희로 인하여 실보다는 득을 얻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민하와 강세희가 협잡을 했다는 표면적인 증거는 없다. 그러나 신광수의 주장에 의하면 이민하와 이종원이 작당하여 노드롭과 신광수를 이간시켜 그를 노드롭으로부터 해고당하게 하고, 노드롭을 협박하여 이권을 챙기기 위해 강세희가 찰스 김을 고용하여 사주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민하와 강세희가 밀착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다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86년 12월 1일자로 신광수가 존스 회장에게 보낸 서한 중에서 이부분에 관련된 주장을 검토해보면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

...... 박종규 사후에도 본인은 한국에 머물면서 F-20의 판촉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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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을 계속하였습니다. 1986년 2월 호놀루루의 도어시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며, 그는 본인에게 즉시 한국을 떠날 것을 요구했습니다. 본인은 지체없이 한국을 떠나 홍콩으로 여행했으며, 그곳에서 도어시에게 전화를 하자 그는 한국의 대통령 대변인이 개쉬와 폴즈를 방문하여 본인이 즉시 한국을 떠나지 않으면 본인은 체포될것이니 본인에게 도피 지시를 내리라고 통보하였다는 것입니다.
  본인은 호놀루루로 돌아오자 한국총영사관을 접촉하여 동 대변인이 개쉬와 폴즈를 방문한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한국총영사의 노력으로 본인은 시카고에 거주하며 불법적 대리인 역할을 하는 찰스 김이라는 자가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행위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는 개쉬와 폴즈를 방문하고 나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해 박종규의 미망인 이종원과 이민하에 의해 고용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외에도 본인은 찰스 김이 다음과 같이 허위진술을 조작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1) 본인이 불법적으로 동양고속과 환불약정(Kick Back Agreement)에 서명했다는 것과,
(2) 본인이 협잡꾼 깡패로 이름이 나있을 뿐더러 이민하의 고등학교 동기생이며, 동양고속의 사업고문인 강세희에게 한국 내에서 노드롭의 거래에 대한 정보를 누설했으며,
(3) 한국정부는 본인을 강세희와 마찬가지로 깡패건달로 믿고 있는 한편 본인을 한국으로부터 추방시키길 원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상기와 같은 찰스 김의 위장된 관명사칭 행위는 1986년 3월 5일경 한국총영사에 의해 도어시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찰스 김이 개쉬와 폴즈를 방문하여 본인이 강세희에게 노드롭에 대한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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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설했다는 중상모략을 펴고 있던 그 시기에 본인은 강세희 역시 노드롭을 협박하는 편지를 도어시에게 보내도록 이민하에 의해 고용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박종규의 부인과 이민하가 본이늘 헐뜯고 본인을 한국에서 추방시키려는 동기는 자명합니다. 본인이 6백25만불에 대한 내용과 이민하가 판매대리점 계약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1986년 2월 18일경 노드롭은 본인과 컨설턴트 계약을 더 이상 연장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이러한 통보에도 불구하고 도어시는 본인에게 노드롭을 위해 다음과 같은 두가지 문재해결을 요청하였습니다.
(a) 판매대리점 계약의 청산.
(b) 노드롭이 아시아문화관광개발에 지급한 6백25만불의 상환.
  도어시는 역시 본인이 상기 두가지 문제를 노드롭 측에 만족스럽게 해결한다면 노드롭은 본인에게 새로운 컨설턴트 계약을 제시하겠다고 했습니다.
- 중략-

신광수가 한국을 탈출하는 웃지 못할 촌극도 그렇지만 결국 그가 노드롭으로부터 해고를 당함으로써 고립무원의 입장이 되어 지뢰밭을 헤쳐가는 백병전을 감행하듯 본 사건에서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광수의 주장대로 찰스 김이 한국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관명을 사칭하고 위와같은 행위를 했다면 이것은 찰스 김과 이민하의 소행으로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찰스 김은 이미 노드롭의 수석부사장 웰코 개쉬 및 부사장 도널드 폴즈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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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차례 사업관계로 회합하고 상담을 했던 사이인데 찰스 김이 그들 앞에서 한국정부의 대변인이라는 관명사칭 행위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노드롭 측 관계자들은 한국사정에 밝은 사람들이다.
  결국 그들은 찰스 김과 함께 모의하여 신광수를 곤경에 몰라넣는 시나리오를 연출하고 있었다는 추측이 나온다. 그 무렵 노드롭의 수석부사장 웰코 개쉬는 신광수를  해고하기로 이미 결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당시의 상황과 간접적인 소문을 종합해보면 신광수가 노드롭으로부터 해고 당하는 이유가 추리된다.
  신광수에 대한 노드롭의 인식이 매우 나빠져 있는 데다가 이민하는 청산타협과 새로운 로비팀의 구성을 제안함에 있어서 신광수를 제외시켜 달라는 조건을 노드롭에 내놓았다는 것이다. 대 한국 판촉관계업무를 주도적으로 맡아온 개쉬와 폴즈는 이민하 측의 제안대로 신광수를 노드롭의 컨설턴트에서 해고시킬 계획을 세우는데 이 무렵 노드롭의 판촉관계 간부들은 두파로 갈라져 의견대립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와중에서 수석부사장 웰코 개쉬는 도어시에게 신과수를 해임할 것이니 대 한국 판촉관계에서 잠정적으로 손을 떼라는 권고를 하였고, 신광수의 후견인격인 도어시는 회사의 정책상 함구를 하고 한국관계업무에서 물러날 듯한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이때 개쉬와 폴즈는 강세희의 협박편지와 찰스 김의 신광수에 대한 불신적인 중사모략 발언을 근거로 신광수를 해고한 것이라는 뒷얘기이다.
  또 한가지 지적해야 할 사항은 존스 회장이 86년 2월 17일자로 오사까로 일시 도피했던 강세희에게 회답을 하면서 지난 1월에 도어시 부사장에게 보낸 강세희의 편지내용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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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으나, 신광수가 2월에 호놀루루에 있는 도어시로부터 전화를 받고 한국을 탈출하는 소동을 피운 사실을 돌이켜보면 도어시는 이미 강세희의 편지내용을 알고 있었고, 경영진에 보고했으리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신광수가 노드롭으로부터 해고당하는 처지에 도어시로부터 판매대리점 계약청산과 6백25만불 상환에 협조를 요청하고 원만히 해결되면 다시 컨설턴트로서 고용하겠다는 제안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신광수에 대한 노드롭의 불투명한 태도가 결국은 대 한국 판촉로비의 관계자들이 내부적으로 치루어야 할 불화가 외부적으로 비화되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1986년 2월 하순 어느날 마명덕은 박종규의 미망인 이종원의 부름을 받고 그녀의 자택을 방문하였고 안방마님처럼 보고로서만 외부상황을 파악하고 자문을 받아 남편의 사후문제를 처결해 가던 그녀는 마명덕에게 밀지를 내렸다.
" 마사장님. 이제 노드롭에 다녀와야 되지 않겠어요?"
마명덕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 네. 그래야지요."
" 우선 도어시 부사장한테 연락해서 노드롭 사람들과 회의일정을 마련하세요. 마사장님이 나서서 모든 일을 확실히 매듭짓고 우리쪽의 제안에 대해 노드롭 측의 동의를 받아 다시 일을 시작해야지요."
"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쪽 제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미 박종규의 역할을 대신할 인사를 천거하는 것이며 벌써 내정이 되어 노드롭 측으로붙터 구두동의를 얻어놓고 있었다. 마명덕은 그날로 호놀루루에 있느 제임스 도어시의 사무실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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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마명덕은 노드롭에 가서 관련간부들과 만나 회의를 하고 싶으니 일정을 주선해 달라고 하자 도어시는 선뜻 대답을 못했다.
" 미스터 마. 우선 하와이에 와서 나와 먼저 상의를 합시다."
"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그럴 것이 아니라 LA의 노드롭 본사에서 미스터 도어시와 함께 회의를 할려고 합니다."
" 미시즈 박(이종원)과 협의가 있었습니까?"
" 물론이지요."
" 그러면 좋습니다. 내일 제가 미스터 마에게 다시 연락을 드리지요."
" 미스터 도어시.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 아닙니다. 전화로 말씀드릴 수 없고 본사와 상의해서 내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일단 국제전화통화는 이 정도로 끝났고 다음날 약속대로 도어시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았다.
" 미스터 마. 확실히 미시즈 박과 사전협의가 된 거지요?"
" 물론이지요."
" 그러면 위임장을 받아가지고 오시오. 미시즈 박 뿐만이 아니라 이민하의 서명도 함께 받은 위임장이라야 합니다."
" 좋습니다. 그렇데 왜  두 사람의 서명이 필요합니까? 언제 내가 위임장 받아가지고 노드롭과 일을 해왔습니까."
" 이해합니다. 그러나 이곳 사정이 그렇지 않아요. 아무튼 내가 말한 대로 위임장을 준비해 가지고 와서 자세한 얘기 나눕시다. 저도 LA로 갈테니 서울을 떠날 때 미리 연락주세요. LA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도어시와 전화통화를 끝낸 마명덕은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예감으로 노드롭의 입장을 헤아려보았다. 이제껏 박회장을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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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위임장을 받아가지고 노드롭 측의 간부들과 사업관게를 상의하고 추진한 적이 한번도 없었던 마명덕으로서는 새삼스럽게 박종규의 죽음을 실감하는 것만 같았다.
  이 사실을 미망인 이종원에게 알리자 그녀 역시 노드롭 측에서 요구할 수 있는 절차라고 생각했는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명덕은 송변호사에게 연락하여 위임장 작성을 의뢰하고 여행준비를 서둘렀다. 3월 1일 아침,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위임장을 받아들고 이종원에게 찾아갔다. 마명덕이 위임장을 내놓았을 때 이종원은 형부인 이민하를 전화로 연락하여 오게했고, 마명덕이 노드롭을 방문한다는 취지를 설명하고 서명을 요구하자 이민하는 쾌히 응락하며 위임장에 서명을 했다.
  마명덕이가 이종원의 집을 나와 그의 처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그의 차가 한남동 고갯길로 들어서는 순간 이민하의 자동차가 클랙션을 울리며 가까이 접근해 왔다. 이민하의 자동차가 차를 세우라는 손짓에 마명덕의 운전사가 길가에 차를 세우자 사파리클럽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마명덕이 먼저 사파리클럽에 도착하여 차를 세웠고, 이민하 역시 곧 뒤따라와 차에서 내리며 뜻밖의 말을 꺼냈다.
" 마사장. 미국 가는 거 취소하지 그래요."
"  이회장님. 무슨 말씀을....."
" 굳이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위임장 내게 돌려주시오."
"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마명덕은 저으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전 이종원이가 요구하니까 조금도 거부반응없이 서명을 하던 그가 위임장을 돌려달라고 하니 해괴한 생각마저 들었다.
" 마사장.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애."
" 사모님께서 무슨 지시가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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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건 아니오."
  마명덕은 불길한 예감이 스쳐갔다. 불과 20. 30분 전에 위임장에 쾌히 서명을 한 그가 이 무슨 낮도깨비 같은 행동인가. 마명덕은 정색을 하며 맞섰다.
" 그렇다면 그렇게는 못합니다. 위임장 반환을 요구하신다면 사모님께 함께 가시지요.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반환하겠습니다."
" ......"
"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명덕이가 차에 오르려고 하자 이민하는 마명덕의 팔을 잡고 막아섰다. 잠시 실랑이가 일어났고 이민하는 일단 물러서며 누구러진 태도로 지껄였다.
" 마사장. 그러면 나와 함께 공항으로 나가면서 얘기 합시다."
  마명덕은 할 수 없이 이민하를 차에 태웠고 그의 차가 뒤를 따르고 있었다. 이민하는 무엇에 쫓기는 듯 난감한 표정으로, 미국에 가서 노드롭 사람들을 만나도 좋으니 위임장만이라도 돌려달라고 사정을 했다.
" 이회장님. 도대체 밑도 끝도 없이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저는 어디까지나 사모님 지시받고 대리인 자격으로 가는 겁니다."
  마명덕이 완강히 버티자 이민하는 더 이상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체념하듯 설명했다.
" 마사장. 사실은 찰스 김을 노드롭에 보냈어요. 지금 노드롭에서 계속 협의를 하고 있어요."
" 네에! 협의라니 무슨 협의를 한다는 겁니까. 사모님도 나도 모르는 어떤 협의를 하고 있다는 겁니까."
  마명덕은 내심 흥분하며 모든 의문이 일시에 풀리는 것만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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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 제임스 도어시와 전화통화를 했을 때 그의 태도와, 굳이 이종원과 이민하의 서명을 동시에 받은 위임장을 왜 요구했는지를...... 그리고 미국에 와서 자세히 상의하자고 했던 그의 발언이 이민하의 예기치 않은 행위와 쉽게 연계되었다. 그렇다면 반드시 노드롭에 가서 위임장을 내놓고 이민하와 찰스 김이 노드롭과 진행시키고 있는 막후협상의 내막을 파헤쳐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솟구쳤다.
  마명덕은 이민하가 이처럼 야비하고 무서우 인물인 줄은 미처 몰랐다. 박종규 생전에 노드롭과의 사업관계에는 간여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던 그가 이와같은 협잡꾼의 근성을 감추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마명덕은 다시 한번 박종규의 죽음이 남기고 간, 그의 주변에서 하나씩 나타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종규의 주변에 머물던 사람들은 이민하 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제각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 마사장. 다 잘 되자고 하는 일 아니겠소. 굳이 노드롭 사람들을 만나겠다면 찰스 김을 도와주시오. 찰스 김을 도와서 일을 잘 성사시키도록 합시다."
  이민하는 비굴하리만치 처음 따라나설 때와는 달리 저자세로 사정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찰스 김을 도와 일을 잘 성사시켜 달라는 이민하의 말에 마명덕은 주체할 수 없는 비굴한 감정을 되씹었다.
" 이회장님과 찰스 김이 노드롭과 진행시키고 있는 협상내용이 뭔지 모르지만 명분에 맞는 일이라면 협조를 하지요."
  마명덕은 이민하를 외면한 채 혼잣말처럼 대꾸했다.
" 마사장. 정말 부탁하오."
  마명덕은 내내 불쾌한 기분을 자제하며 로스앤젤리스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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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약속대로 미리 하와이로부터 노드롭본사에서 대기하고 있던 제임스 도어시를 외부에서 별도로 만났다.
  제임스 도어시와 독대를 한 마명덕은 찰스 김과 수석부사장 웰코 개쉬 그리고 도널드 폴즈와는 이미 깊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았고, 그와같은 분위기에는 노드롭과 별도의 협의가 난망함을 깨달았다.
" 미스터 마. 요즈음의 내 입장을 이해해 주시오. 그러나 내일 일단 노드롭에 들어가서 직접 분위기를 살펴보고 서울로 돌아가 다시 대책을 강구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미스터 박이 실권을 가졌던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가 죽고나니 계약서에 서명한 미스터 리(이민하)가 법률적인 기득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그가 대리권을 위임한 찰스 김이 나서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더욱이 그들은 새로운 판촉로비의 인사를 내세우고 있어요. 미스터 박의 대역으로 말입니다."
" 그게 누굽니까?"
  제임스 도어시는 찰스 김과 이민하의 의도, 그리고 노드롭측의 분위기를 자세히 알려주며 노드롭 측에는 이 사실을 아는 체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했다. 마명덕은 그동안 이민하가 찰스 김을 내세워 뒷전에서 무슨 공작을 진행해 왔는가를 파악할 수 있었고, 강세희의 협박편지 그리고 신광수의 해고 등이 이민하와 무관할 수 만은 없다는 의혹이 짙어졌다.
" 미스터 도어시. 그러면 우리쪽으로 내세운 라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오?"
" 내일 노드롭본사에 가서 얘기해보면 알겠지만 그쪽도 받아들일 만한 인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라인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거지요. 한국 측에서 하나의 통일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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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제시해야 합니다."
  통일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박종규의 대역으로 이민하와 이종원이가 노드롭 측에 천거하고 내세운 한국 내의 영향력이 있는 거물급 인사가 각기 다르다보니 노드롭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은밀히 저울질을 하게 되었고, 그들은 한국의 정치현실을 조심스럽게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느 라인을 선호하든 정상은 하나였다. 그래서 오히려 도어시는 이민하와 이종원이가 의견을 통일시켜 노드롭이 어느 한 라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예상한 대로 다음날 마명덕이가 이민하와 이종원이 서명한 위임장을 가지고 노드롭본사에 나타나자 관련간부들은 모두 당황했고 난감한 태도를 보였다. 노드롭은 일단 찰스 김을 대리인으로 내세운 이민하와의 타협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도어시가 귀뜸해준 대로 그들은 협상창구를 일원화해 달라는 것과 판촉로비의 라인도 일원화된 시스템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었다. 노드롭으로서는 당연한 제안이었다. 마명덕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지를 잘 알면서도 노드롭의 태도가 불만스러워 비난을 퍼부었다. 박종규의 생전에 위임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당신들과 사업을 도모했느냐고 신랄하게 반박을 했으나 그들이 내놓은 변명도 현실적인 타당성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즉 실권을 행사해온 박종규는 죽었다는 것이며, 현실적으로 판매대리점 계약에 서명을 했던 이민하가 법률적인 기득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는 이상 협상의 주체적 상대는 이민하이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노드롭측이 내세운 입장이었다.
  그날 저녁 호텔에서 찰스 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마명덕은 협조해 달라는 찰스 김의 간청을 일축하고 일단 서울에 가서 미망인과 이민하를 함께 만나 담판을 내자고 했다. 마명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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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터 면박을 당한 찰스 김도 일단 체념을 하고 말았다. 사업적, 인간적 의리를 저버리고 박종규가 죽었다고해서 법률적인 기득권, 그것도 이름만 빌려준 명의권만을 이용하여 관계자들을 제쳐놓고 뒷전에서 딴짓을 하는 이민하와 그의 심복하수인과 같은 대리인 찰스 김의 행위가 가증스러웠고, 그들과 공공연하게 음성적인 타협을 진행시키는 노드롭 측의 관련간부들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하며 마명덕은 서울의 이종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보고했다. 마명덕의 보고를 받은 이종원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진노했고 당장 서울로 돌아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마명덕은 서울로 돌아오기 전에 제임스 도어시와 관계자들에게 미망인 이종원이가 은밀히 전하는 사항을 일러 주었다. 그것은 고위층인사가 곧 유럽순방길에 오른다는 소식이었고 이를 계기로 그들이 어떤 협조를 할 수 있는가를 유념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쌍수를 들어 환영의 뜻을 표했다. 노드롭은 어느 길을 택하든 올라가야 할 정상은 하나인 것이다.
  마명덕이가 서울로 돌아온 즉시 그의 요청대로 이종원의 자택에서 4자회동을 하게 되었고 마명덕은 이민하와 노드롭의 음성적인 막후협상을 따지고 나섰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예기치 않은 이종원과 이민하의 돌변한 태도에 마명덕은 망연자실할 듯한 일종의 충격과 배신감을 씹어야만 했다. 마명덕의 얘기를 듣고난 이민하는 낯색이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대꾸했다.
" 마사장. 우리 가족 일에 더 이상 끼어들지 마시오. 더 이상 관여하여 우리 집안에 불란을 일으키지 말라 이거예요."
" 뭐라구요. 가족 일이니 끼어들지 말라니...... 아니 위임장에 사모님과 함께 서명은......"
하고 마명덕이 이종원을 쳐다보자 그녀는 난색을 표하며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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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사장님. 우리 형부도 다 잘 되자고 하는 일이 아니겠어요. 노여워하지 마세요."
" 아니 사모님도......"
" 그리고 여기 미스터 김도 앨리트고 우리를 도울려고 나선것 아니겠어요."
  마명덕은 형부와 처제라는 사람들에게 앞뒤로 얻어 맞은 꼴이되고 말았다. 로스앤젤리스에서 전화를 할 때만도 그녀는 무어라고 했던가. 우리 형부가 뒷전에서 그렇게 비굴한 행동을 할리가 없다고 했고, 찰스 김이 위임장을 가지고 노드롭과 교섭을 하고 있다고 보고하자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니 다시 잘 확인해 보라고까지 했을 때 마명덕이 진상을 소상히 알려주자 진노하던 그녀가 아니었던가.
  그동안 이민하가 처제인 그녀를 어떻게 설득했길래 이렇게 사태가 돌변했을까. 마명덕은 그 순간까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해왔는 지에 대해 그저 허무한 생각에 박종규와 맺었던 인간관계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마명덕은 이민하가 그토록 간교하고 음흉한 성품을 지닌 줄은 미처 몰랐을 뿐이었다. 이민하와 찰스 김이 노드롭문제를 이런식으로 주도해 간다면 원만한 결과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마명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좋습니다. 사모님 저는 앞으로 두번 다시 이 문제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마명덕은 굴욕적인 수치심을 느끼며 그들을 등지고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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